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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사랑 - 김용택
    일기(日記) 2016. 2. 13. 23:26

    사랑

     

    김용택

     

     

   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

    지난 몇개월은

    어디다 마음둘 데 없이

   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.

   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

   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

    답답했습니다.

    하지만 지금은

   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

    생각해보고 있습니다.

   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

   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.

    그래도 마음속의 아픔은

    어찌하지 못합니다.

   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

   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

    바라고 있습니다.

   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

   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

   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

    어디선가 또

    새 풀이 돋겠지요.

    이제 생각해보면

    당신도 이 세상 하고많은 사람 중의

    한 사람이었습니다.


   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

    지난 몇개월 동안

    아픔은 컸으나

    참된 아픔으로

    세상은 더 넓어져

   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

   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 보이고

    소중하게 다가오며

    내가 많이도

    세상을 살아낸

   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.

   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

   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

   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

    고맙게 배웠습니다.

   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

   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.


   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

   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

    당신의 어깨에

    내 머리를 얹은 어느날

   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

    우리 둘인 참 좋았습니다.

   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

    그러나 다 내 조국산천의 아픈

    한 봄입니다.

    행복하시길 빕니다

    안녕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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